2014년, 저는 F1을 봤습니다 - 수상한 구페라리 듀오
펠리페 마싸와 페르난도 알론소.
81년생 동갑의 둘은 지난 사년간 팀메이트였다. 대부분의 팀메이트가 그렇듯 팀메란 최고의 동료이자 동시에 최고의 라이벌로 오늘은 멱살을 잡고 내일은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 다만 두 드라이버 간의 서열정리를 확실하게 하는 페라리때문에 솔직히 사이가 좋지만은 않았을테지만 (물론 그 전에도 둘이서 왁왁거리며 싸우는 영상을 남겼다 아마 둘을 평생 따라다닐 그 영상) 그래도 둘은 꽤 어울린다. 이 둘에게도 브금을 깔아주고 싶은데 지오디가 부릅니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브라질과 스페인이라니 비슷할 것 같지만 둘의 성격은 반대에 가깝다. 그때그때 감정을 표현하며 순식간에 화르르 불타오르는 성격의 마싸와 항상 주목받고 있는 상황임을 인지해 감정표현에 쉽게 흔들리지않는 알론소.
둘이 뭔가 잘 맞는다고 느낀건 이런 의미불명의 사진들을 찍고 인스타에 올렸을 때... 뭐야... 이러고 노니?
그리고 이거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실제로도 육두문자가 남발하는 대화를 나누며 나름의 우정을 나눴을 것 같다....
팀메이트였다가 헤어지면 보통은 다른 드라이버들처럼 일년 내내 보니까 지나가면서 안부정도 묻는 동료 드라이버 사이로 다시 바뀌거나, 팀메였을 때 우리 궁합은 꽝이었으니 다신 만나지 말자는 사이가 될 수도 있고, 팀메였을 때 다른 드라이버보다 못한 남 같아서 헤어지고나서는 더욱 먼 존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 알고보니 우리는 궁합이 꽤 잘맞았구나의 경우가 있는데 이게 알론소와 마싸가 아닐까. 팀 안에서 복잡한 관계로 엮여있을 땐 몰랐는데 둘 사이에 온전한 동료의식만 남고나니 어라 꽤 괜찮은거지. 그래서인지 올해 이 두 드라이버는 제법 붙어다녔다. 너네 팀메일 땐 안그랬잖아라며 여러 팬들을 놀라게하면서.
오스트리아gp 마싸가 폴을 딴 그날.
팬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이런 미친??????
깊은 팀메의 우정을 처음 본 루키 케빈이도 뒤에서 놀라 고개를 숙였다. 엄마 남자 둘이 껴안아요 엉엉
영국 실버스톤gp
마싸 200gp 기념 파티. 키미도 왔지만 키미와는 달랐다! 둘은!
뭐야 언제부터 각별해진거니
독일 호켄하임
아주 매경기 붙어있는구나. 팬들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싱가포르
남자 둘이 말도 많지
러시아 소치
키도 젤 작은 둘이 빨빨거리며 잘도 돌아다녔다
브라질 상파울루
수티은 늘 아련하게 누군가를 바라본다
아부다비
해리포터와 론위즐리도 이렇게는 안 붙어 다녔을거다..
사람이 친해지는데는 뭔가 공통점이 있어야한다. 같은 걸 좋아하거나 같은 걸 싫어하거나. 후자의 경우엔 공감대를 쌓기에 더 좋다. 둘은 그렇게 페라리 욕을 했..이 아니고 둘은 오래 몸담은 페라리를 떠나야했다. 그게 공통점이었겠지. 마싸는 8년동안 근무하던 페라리를 떠나 올해 이적을 했고 그 이적이 꽤나 성공해서 윌리엄스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이 점이 둘의 대화의 주요 화제였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전지적 내 시점으로 궁예다. 둘이 뭔 얘기했는지 사실 모름) 알론소는 올 시즌이 시작하고 얼마되지않아 페라리에선 안되겠다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어! 라고 생각했을터. 알론소의 진정한 꿈은 페라리에서 세번째 챔피언이 되는 것이지만 중요한 정도를 따지자면 '페라리에서'가 아니라 '세번째 챔피언'이 중요한 것이니까. 5년 동안 해봤는데 4년은 베텔 뒷꽁무니만 보다가 올해는 메르세데르 뒷꽁무니만 보다 끝나버렸고. 내 커리어를 이렇게 끝낼 순 없다며 알론소는 이적 준비를 했다. 언제나 여러 경우의 수를 두는 머리 좋은 알론소는 르망에 간 웨버한테도 슬쩍 흘리고 나 슬슬 이적한다~ 라며 메르세데르와 맥라렌을 떠보기도 하며 뭐가 옳은 선택인지 조언해줄 사람을 찾았다. 이게 당연히 마싸. 마싸는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쳐내는 타입이 아니고 알론소가 저기.. 어... 음...이적 만 했어도 도움을 줬을것이다. 물론 도움만 주진 않았지만.
컨펌이 떨어지기 전에는 입을 열지 않는 알론소는 이 날도 나는 여전히 페라리를 믿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장난기 발동한 마싸는 신경도 안쓰며 야야야 너 마루시아 갈꺼? 까따함? 이라는 올해의 명대사를 남기고, 당황한 알론소는 깜투페라리;깜투페라리;를 다급하게 외쳤다. 흔들리는 동공을 숨길 수 있게 미러선글라스를 낀 자신을 속으로 매우 칭찬해줬다는 루머가. 믿거나 말거나
결국 알론소는 맥라렌으로 돌아갔다. 내년에는 하얀 오버올을 입은 두 구구페라리 듀오를 볼 수 있길. 사이좋게 지내세요